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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 권영혜 '규방을 나온'
[갤러리 산책] 권영혜 '규방을 나온'
  • 민하늘 기자
  • 승인 2020.02.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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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문갤러리 ‘한국여류 사인사색(四人思索) - 권영혜, 김경희, 김수정, 성순희’ 전시회
2월 19일(수)부터 3월 9일(월)까지 돈화문갤러리 (종로구 돈화문로 71. 9층)
권영혜 [규방을 나온], 돈화문갤러리 ‘한국여류 사인사색(四人思索)전
권영혜 [규방을 나온], 돈화문갤러리 ‘한국여류 사인사색(四人思索)전

 

[뉴스플릭스] 민하늘 기자 = 권영혜 [규방을 나온]

[규방을 나온] 시리즈는 ‘기러기 보자기’의 자수문양을 통해 우리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보고 탐구하는 과정이다.

‘규방’이란 조선 시대 엄격한 유교 사상으로 활동이 제한됐던 여성만의 생활공간이다. 규방에 앉아 한 땀 한 땀 수놓아 여러 가지 기원을 담아내던 옛 여인들, 그들의 마음이 담긴 자수, 특히 혼례에 쓰이던 ‘기러기 보자기’ 여기에 수놓아진 자수의 의미를 읽어보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 안에 우리 조상의 정신이 담겨있고 그 안에 내가 있다.

처음에는 그냥 화려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에만 매료되었으나, 점차 그 자수의 도상 하나하나의 의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했다. 각 이미지에는 자손들에 대한 기원, 소망과 함께 자연합일사상(自然合一思想)도 담겨있다.

이 ‘기러기 보자기’의 여러 이미지 중에서 특히 봉황, 조류(닭처럼 생긴 새), 나무(우주목)에 주로 주목했다. 새의 이미지는 닭인지 오리인지 또 암컷인지 수컷인지 정체성이 모호한데, 벼슬을 보면 닭인데 목의 길이로 보면 오리다. 바로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의 상상력이고, 유머이며 융통성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새의 벼슬과 몸체의 곡선과 색동옷을 입은 듯한 색들의 직선, 이 두 선(線)의 조화와 색조가 현대의 조형 감각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수의 문양 중에 나무는 '우주목(宇宙木)'이라고 하여 우주와 지구(대지)를 연결하여 소통하는 역할을 상징하는데 그 나무에는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석류와 세상(땅)의 소식을 하늘에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새가 이 나무줄기와 한 몸체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자연 합일사상이요, 자연은 하나같이 모두 소중하다는 나의 자연철학과 일치했다.

내 조상의 그림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해서 현대의 시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일,이것이 바로 내 회화의 갈 길이요, 또한 나를 찾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고미술(古美術)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귀 기울이고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어 밖으로 나오게 하여 세계와 공감을 이뤄내 보고자 하는 내 작업이다.

돈화문갤러리 ‘한국여류 사인사색(四人思索) - 권영혜, 김경희, 김수정, 성순희’ 전시회는 2월 19일(수)부터 3월 9일(월)까지 열린다. 오픈 리셉션은 19일(수) 오후 6시,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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