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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 박노해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
[갤러리 산책] 박노해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
  • 민하늘 기자
  • 승인 2020.03.0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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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카페 갤러리(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8 (통의동 10)), 오전 11시~오후 10시, 매주 (월) 휴관

[뉴스플릭스] 민하늘 기자 = ‘라 카페 갤러리’의 17번째 전시,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이 지난 1월 1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결핍과 고난 속에서도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부시게 살아가는 지구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Cochamuco, Cusco, Peru, 2010. 박노해
Cochamuco, Cusco, Peru, 2010. 박노해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 

 

지구의 등뼈인 안데스 고원 5천 미터 높이에

잉카의 후예인 께로족이 5백 년째 살고 있다.

께로스 주민들은 대대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작은 학교를 지었다.

엄마가 알파카 털로 짜준 전통 옷을 차려입고

새벽부터 두세 시간을 걸어 학교에 온 아이들이

친구를 보자마자 빨갛게 언 볼로 신나게 뛰논다.

고원이 단련해준 강인한 심장으로

고독이 선물해준 천진한 웃음으로

 결핍이 꽃피워준 단단한 우정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작은 학교에서

세상에서 제일 크고 환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박노해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
박노해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

 

박노해

1957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4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7년 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 체포,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 옥중 시집 『참된 시작』, 1997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 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하고 생명 평화 나눔을 위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2003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좋은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2014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사진집과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9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의 첫 권인 『하루』를 펴냈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을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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