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플릭스] 전진홍 기자 = ‘블랙 팬서(Black Panther)’는 단순한 히어로 그 이상이다.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히어로로서 인종적 상징성을 넘어, 아프리카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담아낸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블랙 팬서는 1966년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 제52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스탠 리(Stan Lee)와 잭 커비(Jack Kirby)가 공동 창조한 이 캐릭터는 아프리카 가상 국가 ‘와칸다’의 왕이자 수호자로 설정되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민권운동이 격화되던 시기였다. 흑인 영웅의 등장은 단순한 캐릭터 도입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 행보로 평가받는다. 블랙 팬서라는 이름은 당시 활동하던 급진적 흑인 운동 단체인 ‘블랙 팬서당’과 동일하지만, 마블 측은 해당 단체보다 먼저 이름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와칸다의 왕자, 티찰라
블랙 팬서의 본명은 ‘티찰라(T’Challa)’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브라늄이라는 금속 자원을 보유한 국가 와칸다의 왕위 계승자이자 최고의 전사다. 와칸다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했으나, 식민 침략을 피해 고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과 전통을 함께 보존한 비밀 국가로 설정되어 있다.
티찰라는 부왕 티차카의 사망 이후 블랙 팬서로 즉위하며, 전통과 과학, 개인의 감정과 국가의 운명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어벤져스에도 합류하고, 지도자와 히어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실사 영화로의 확장, ‘블랙 팬서’의 전환점
블랙 팬서는 2016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티찰라 역은 배우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이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8년 개봉한 단독 영화 《블랙 팬서》는 아프리카 문화의 미학적 재해석과 함께 흑인 감독, 흑인 배우 중심의 캐스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7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평가를 받았다.
채드윅 보스만은 2020년 암 투병 끝에 사망했으며, 마블은 후속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에서 그를 기리며 새로운 팬서의 탄생을 다뤘다. 이 작품은 블랙 팬서의 유산을 이어받는 이들의 이야기로, 전작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적 유산이 된 히어로
블랙 팬서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넘어, 인종 정체성, 식민주의 극복, 문화적 자긍심 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Wakanda Forever(와칸다 포에버)"라는 구호는 세계적인 문화 코드가 되었으며, 아프리카 디아스포라(흑인 이산 공동체)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마블은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며, 와칸다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블랙 팬서’는 흑인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존재다. 그는 아프리카와 현대 세계,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혁신을 잇는 가교이자, 문화적 전환점에 선 대표적 캐릭터다. 그의 발자취는 단지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